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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년 연장] 월급은 끊겼는데 연금은 아직? '정년 65세' 연장과 소득 크레바스 생존법

by 버티컬리모멘트 2026.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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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점심시간, 휴게실에서 믹스커피를 타던 부서 선배의 뒷모습이 유난히 작아 보였습니다. 60세 정년퇴직을 고작 몇 달 앞둔 분인데, 깊은 한숨 끝에 이런 말을 툭 던지더군요. "퇴직하면 국민연금 나올 때까지 3년을 뭘 먹고살아야 하나 싶네. 손주 용돈은커녕 관리비 낼 일도 막막하다."

 

그 한숨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법적 정년은 만 60세지만,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계속 늦춰지고 있습니다. 1969년생부터는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죠. 60세에 짐을 싸서 나오면 연금을 받을 때까지 최대 5년이라는 거대한 구멍이 생깁니다. 전문가들은 이 위험한 공백을 빙하의 틈에 비유해 소득 크레바스라고 부릅니다.

 

결국 우리 삶의 질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소득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1. 5년의 낭떠러지, 소득 크레바스의 현실

정년퇴직과 연금 수령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공포입니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진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버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연금을 손해 보면서까지 일찍 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을 선택합니다. 이미 그 수급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는 고령층을 최저임금 일자리로 내몹니다.

 

저도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시절, 당장 다음 달 월세가 없을 때 느끼던 그 서늘한 기분을 기억합니다. 하물며 수십 년을 가장으로 살아온 분들에게 이 5년은 생존을 위협하는 벼랑 끝과 같습니다. 정년 연장 논의가 단순히 정치적 이슈를 넘어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2. 늦어지는 법안과 68, 69년생의 고민

정치권도 이 문제를 알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70% 이상이 정년 연장에 찬성할 만큼 사회적 공감대는 뜨겁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2025년 말 통과를 목표로 했던 65세 연장 법안은 합의가 무산되었습니다.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당장 은퇴가 코앞인 68년생, 69년생은 법적인 혜택을 온전히 받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들은 법 시행 전에 이미 퇴직 시점이 오기 때문에, 결국 퇴직 후 계약직으로 다시 일하는 '재고용' 제도를 스스로 찾아 버텨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가의 시스템이 나를 지켜주지 못할 때, 개인은 더 치열하게 생존 전략을 짜야만 합니다.

 

3. 기업이 반대하는 이유, 호봉제와 인건비 부담

기업들은 왜 '정년 65세'라는 시대적 흐름을 반가워하지 않을까요?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한국 특유의 '호봉제'입니다. 일정한 성과와 관계없이 연차가 쌓이면 월급이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죠. 이 상태에서 정년만 늘리면 기업은 연간 30조 원에 달하는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인건비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윗세대가 나가지 않으면, 결국 밑으로 들어올 청년들의 신규 채용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 세대의 정년 연장이 자녀 세대의 취업난으로 이어지는 지독한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4. 일본식 계속고용, 현실적인 타협점이 될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세대 간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유심히 살핍니다.

 

일본은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했지만, 방식이 유연합니다. '60세 정년 후 재고용'을 선택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일단 60세에 퇴직 처리를 한 뒤,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월급을 대폭 낮추고 계약직으로 다시 뽑는 방식입니다.

 

구분 법적 정년 연장 일본식 계속고용 (재고용)
인건비 부담 매우 높음 (호봉제 유지 시) 상대적으로 낮음 (임금 조정)
청년 고용 영향 신규 채용 감소 위험 큼 인건비 분산으로 영향 최소화
근로자 입장 기존 임금 유지 가능 소득은 줄지만 고용 안정성 확보

 

우리 전문가 90%도 이 제도 도입에 긍정적입니다. 기업은 부담을 덜고, 고령자는 월급이 조금 깎이더라도 소득 크레바스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금 체계를 연차 기준에서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고치는 대타협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5. 정년 연장, 내 지갑을 위협하는 생존 게임

정년 연장은 단순히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장 내 지갑을 지키는 현실적인 이슈입니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 60세에 은퇴하고 연금이 나올 때까지 5년간 수입이 0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당장 부족한 생활비와 약값은 누가 감당하게 될까요? 결국 자녀인 우리 세대가 매달 '생활비 보조'라는 이름으로 채워 넣어야 합니다. 부모님의 소득 크레바스가 곧 내 지갑의 누수로 직결되는 셈입니다.

 

반대로 기업이 신규 채용의 문을 닫아버리면 취업 준비 중인 내 동생, 혹은 더 좋은 곳으로 옮기려던 나의 자리가 사라집니다. 결국 이 이슈는 부모님의 노후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동시에 우리 세대의 일자리를 어떻게 사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지독하고 치열한 생존 게임입니다.

 

결국 우리 삶의 질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소득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상생의 길로

정년 연장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이미 우리 발밑까지 밀려왔습니다. 누군가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자리를 얻기 위해 싸우는 현장은 차갑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윗세대의 숙련된 노하우와 청년 세대의 역동성이 공존해야 우리 경제라는 배가 침몰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현실은 인정하되,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임금 체계의 유연한 변화와 계속고용 제도의 정착은 우리 가족 모두의 밥그릇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패가 될 것입니다. 오늘 선배가 내뱉은 한숨이 내일의 우리에게는 안도의 한숨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개인적 준비가 동시에 필요한 때입니다.

 

차가운 크레바스 위를 걷고 있다면, 혼자 뛰기보다 서로의 손을 잡고 튼튼한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그 다리가 곧 정년 연장의 올바른 방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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