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재개발 요건을 채우지 못해 방치됐던 낡은 빌라촌들이 '모아타운'이라는 묶음 개발을 통해 불과 4~5년 만에 아파트 대단지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든든한 행정·재정적 지원으로 주민들의 분담금까지 크게 줄어들며, 평범한 무주택 직장인들의 가장 현실적인 내 집 마련 사다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 양천구 신월동의 낡은 주택가 골목을 걸어보았습니다. 머리 위로는 비행기 소음이 크게 울리고,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는 주차된 차들이 빈틈없이 꽉 들어차 있었죠. 그런데 그 비좁은 골목 위로 '모아타운 추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보니 동네 전체에 묘한 활기가 돌고 있었습니다. 과거엔 재개발 조건이 안 돼 그저 체념하고 방치됐던 동네들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겁니다.
도대체 모아타운이 뭘까요?
서울시와 지역 주민들이 뜻을 모아, 10만㎡ 미만의 낡은 저층 주거지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대단지 아파트처럼 통합 개발하는 사업입니다. 기존 재개발은 구역 지정부터 입주까지 평균 10년이 훌쩍 넘게 걸렸습니다. 반면 모아타운은 낡은 규제를 풀고 절차를 대폭 줄여서, 약 4~5년이면 쾌적한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속도를 냈습니다.
모아타운 성공사례
지금 눈앞에서 결과물이 번듯하게 올라가고 있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제1호 시범사업지인 '강북구 번동'입니다. 이곳은 원래 793가구가 살던 주차난이 심각한 동네였습니다. 이 일대의 5개 구역을 한데 묶어 덩치를 키운 결과, 2026년에서 2028년 사이 최고 35층 높이, 총 1,242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로 재탄생합니다. 각 빌라가 알아서 파던 주차장을 거대한 지하 통합 주차장으로 시원하게 합치고, 지상에는 우이천과 이어지는 아름다운 수변 산책로와 도서관까지 짓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범사업지인 중랑구 면목동 역시 눈부신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7층까지만 지을 수 있던 땅(2종 일반주거지역)을 3종으로 과감하게 올려주는 혜택을 톡톡히 받았습니다. 그 결과 최고 37층짜리 랜드마크 건물을 포함해 총 1,919세대 대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여기에 최근 사업에 날개를 달아줄 아주 강력한 무기가 추가됐습니다. 서울시가 모아주택 사업에도 '사업성 보정계수'를 전격 도입한 겁니다. 쉽게 말해, 땅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분양 수익이 떨어지는 곳의 용적률을 팍팍 올려주는 제도입니다. 공공기여 부담은 줄이고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준 덕분에 가구당 평균 분담금이 약 7천만 원이나 뚝 떨어졌습니다. 이 혜택 덕분에 '똥골마을'이라 불리며 공폐가가 밀집했던 서대문구 현저동의 낡은 주택촌도 2029년 입주를 목표로 366세대의 새 아파트 변신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물론 묻지마 투자는 조심해야 합니다. 모아타운이 돈이 된다는 소문에 땅을 잘게 쪼개어 파는 '지분 쪼개기'나 신축 빌라 짓기가 기승을 부렸죠. 이를 막기 위해 서울시는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산정기준일을 '공모 접수일'로 훅 앞당기고 투기 징후가 보이면 건축허가를 제한하는 등 꼼수 세력을 원천 차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왜 중요한데?!
모아타운은 단순히 뉴스 경제면에 나오는 거창한 개발 계획이 아닙니다. 팍팍한 예산으로 열악한 빌라를 전전해야 하는 평범한 무주택자들의 삶과 생존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무기입니다.
이제 막 갓난아기를 키우고 있는 30대 초반의 맞벌이 부부를 상상해 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대출을 끝까지 영끌해도 동원할 수 있는 돈은 3억~4억 원 남짓입니다. 10억을 우습게 넘기는 서울의 번듯한 역세권 신축 아파트는 감히 꿈도 못 꿉니다. 매일 퇴근 후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찾느라 골목을 빙빙 돌고, 유모차 하나 마음 편히 끌고 나가기도 벅찬 비좁고 가파른 빌라촌 골목을 오르내리며 매일매일 한숨을 쉴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 부부가 주민 동의율이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사업 속도가 빠른 양천구나 강북구의 모아타운 대상지 내 노후 빌라를 매수해 실거주를 시작했다고 쳐봅시다. 언제 될지 기약 없이 10년을 버텨야 하는 막막한 재개발과 달리,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인 4~5년 뒤면 이 지긋지긋했던 낡은 빌라촌이 쾌적한 신축 대단지로 변신합니다.
비나 눈이 와도 젖지 않는 널찍하고 밝은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단지 지상에 새로 지어진 국공립 어린이집과 쾌적한 산책로를 아이와 함께 안전하게 걷게 됩니다. 수억 원의 벅찬 시세 차익은 덤으로 따라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 속에서, 나의 한정된 현실적인 예산으로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주차장과 공원이 있는 새 아파트'를 얻어낼 수 있는 합법적이고 강력한 지름길. 이것이 우리가 내 집 마련을 위해 모아타운의 흐름과 옥석을 두 눈 부릅뜨고 찾아내야 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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