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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사람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편안함을 반복한다.

by 버티컬리모멘트 2026.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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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런 적이 있었다.

월급이 들어온 날이었다.

 

이번 달에는 돈을 좀 모아보자고 생각했다.

 

커피도 줄이고,

 

배달도 줄이고,

 

괜한 소비도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카드 결제 알림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크게 쓴 것도 아니었다.

 

커피 한 잔.

 

택시 한 번.

 

배달 한 번.

 

필요한 물건 하나.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통장을 보는데,

 

지난달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맨날 이럴까."


신기한 건 몰랐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돈을 모아야 한다는 걸 몰랐던 게 아니다.

 

늦게 자면 피곤하다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니다.

 

운동을 해야 건강해진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

 

대부분 안다.

 

그런데도 반복한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사람들은 종종 의지 문제라고 말한다.

 

끈기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미래를 위해 사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오늘을 위해 산다.


밤에 야식을 먹는 사람은 건강의 중요성을 몰라서 먹는 게 아니다.

 

당장 허기를 달래고 싶은 것이다.

 

운동을 미루는 사람도 건강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지금 소파가 더 편한 것이다.

 

퇴사를 고민하면서도 회사를 다니는 사람 역시 회사를 사랑해서가 아니다.

 

다음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 번은 동료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렇게 힘들면 왜 계속 참아?"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대답을 알고 있었다.

 

새로운 선택이 더 무서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힘들지만 어떻게 버티는지는 안다.

 

하지만 새로운 선택은 결과를 알 수 없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현재의 보상을 미래의 보상보다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익숙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듣고 보니 이상하게 이해가 됐다.

 

나는 미래를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매번 현재를 선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선택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한 번은 선택이다.

 

두 번도 선택이다.

 

그런데 열 번, 스무 번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습관이 된다.

 

그리고 습관은 정체성이 된다.


처음에는

 

"이번에 발표를 망쳤다."

 

였다.

 

그런데 나중에는

 

"나는 발표를 못하는 사람이다."

 

가 된다.

 

처음에는

 

"이번에 운동을 포기했다."

 

였다.

 

나중에는

 

"나는 원래 의지가 약한 사람이다."

 

가 된다.

 

실패가 행동에서 끝나지 않고 자기소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은 점점 도전을 피하게 된다.

 

실패가 두려워서라기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이 확인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누군가의 조언도 공격처럼 들린다.

 

실패의 원인을 찾기보다 핑계를 찾게 된다.

 

준비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시작을 미룬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해보기도 전에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돌이켜보면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특별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랬다.

 

답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머리가 나빠서도 아니었다.

 

의지가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익숙한 선택이 새로운 선택보다 편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작은 선택들이 쌓여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


정리해보면,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늘 새로운 이유를 찾는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미래를 포기해서가 아니다.

 

오늘을 선택했을 뿐이다.

 

사람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편안함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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